서울역에서 출발해 익산으로 가는 고속열차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. 시대마다 사람에게 요구하는 가치들이 변한다. 지금은 어린이도 노인도 몸이 불편한 사람도 기차를 타면 편하게 멀리 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. 수렵 채취 시대에 대중적으로 요구되었던 빠르고 강한 힘은 지금 시대에 와서는 각종 교통수단과 중장비로 대체되었다. 나는 아직 다리힘이 좋아서 계단을 두세개씩 뛰어 올라갈 수 있지만 다섯살 아이가 탄 엘리베이터를 결코 이길 수 없으리라.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군사의 수가 가장 중요했던 시대가 있었지만 총과 핵무기의 개발 후 전쟁의 프레임은 완전히 바뀌었다. 서울의 부동산은 아직까지도 계속 오르고 있지만 일론머스크의 화성이주계획이 성공한다면 부동산의 가치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.

인간의 지성을 통해 해결하던 문제들이 인공지능으로 하나씩 대체되고 있다(머신러닝으로 표현하는게 더 적확할 것 같지만). 이제 우리는 인물별로(심지어 개도 된다) 사진을 직접 분류하지 않고 영어사전을 펼쳐놓고 하나하나 번역하지도 않는다. 오늘날 인간은 기계에게 바둑을 배우고, 곧 운전을 배울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. 이제 기계는 학습된 모델을 통해 시를 쓸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. 하지만 작품 안에 개인이나 사회의 철학이나 신념을 담아내지는 못할 것이다. 고로 그것은 결코 예술이 될 수 없다.

앞으로도 기계가 결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. 따뜻한 마음을 담아 말을 건네는 것, 울고 있는 친구를 안아주는 것, 답을 제시하지 않고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것, 기존의 규칙 너머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 같은 일들 말이다. 인공지능은 의사결정을 빠르게 만들어 주겠지만 좋은 팀웍과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오는 시너지를 대체할 순 없을 것이다. 이것은 인간의 인간다움이다. 인간은 결코 지성(intelligence) 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은 존재다. 수치만으로 표현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기계에게 학습시킬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. 분명 앞으로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통해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할 것이다. 그리고 각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적용이 가속화 되면 될수록, 결국 인간의 인간다움이 가장 빛나는 가치가 되지 않을까 싶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