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내가 출산으로 집을 비운지 열흘이 지났다. 그리고 나는 마치 엄마 없는 아이처럼 지내고 있다. 아가도 엄마가 필요하지만, 나도 내 아내가 필요하다.

스물한평짜리 우리 집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다. 아내가 없는 곳 하나하나 텅 빈 것 같다. 당신이 앉던 쇼파 자리엔 내 옷가지가 쌓여 있고 청소도 하나 안되어있는데 잔소리하는 사람 하나 없다. 침대는 또 왜이리 쓸데없이 넓은지 아무리 손을 뻗어도 아내의 체온이 느껴지지 않는다.

냉장고에 있는 과일이 아깝다며 빨리 먹어치우라는 아내의 성화에 참외를 하나 깎아 먹었는데, 이놈의 참외가 너무 맛있어서 또 속이 상했다. 조리원에서 먹지 말라는건 우째 또 이리 많은지, 맛있는 걸 나눠 먹을수도 같이 먹을수도 없다. 순간 모유수유와 참외가 상관이 없는 영양학적이고 과학적인 이유를 열개도 넘게 찾아 리뷰논문을 작성해 보여주려다가 그냥 참기로 했다.

당신 없는 우리집은 재미가 없다. 여기선 청소도 빨래도 밥먹는 것 하나도 하기 싫다. (절대 이것들이 하기 싫어 이러는 것은 아니다)